일터 괴롭힘은 누가 없앨 수 있을까?

"메신저 감옥"


온라인 취업포털에서 2015년 직장인 신조어 1위에 선정된 단어다. 정해진 업무시간 외에도 메신저나 SNS를 통해 업무지시를 하거나 사생활에 간섭하는 현상을 꼬집고 있다. 2016년 근로관행 실태조사에서도 직장인 74%가 퇴근 후에도 업무지시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조직생활에서의 감정노동도 큰 문제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 전 한국미래기술회장 양진호 씨가 직원의 뺨을 때리고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 등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욕도 안 하고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피를 말리는 ‘은따’도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대개 인간관계 때문이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회사 가기 싫어〉라는 드라마까지 나왔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메신저 감옥’이 등장한다.

이를 위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었다. 당사자 간 관계, 장소 및 상황 등 요소로 괴롭힘을 판단하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발이 아직은 어렵고, ‘사회 통념상’, ‘정당한 이유 없이’ 등 법령 표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묘한 괴롭힘은 입증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명 이상의 근로자나 관리자가 업무와 관련된 상황에서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괴롭힘, 위협 또는 모욕을 당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판례도 풍부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고, ‘법과 정의 센터’가 회사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도 있다.

미국 경영계도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자동차 회사 포드와 레바논 출신 공학박사 칼라프의 재판이 그 예다. 칼라프는 억양 등을 이유로 상사에게 차별받았는데, 이를 신고하자 오히려 해고당했다. 미 연방법원은 칼라프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포드 사에 징벌적 손해배상금 1500만 달러, 퇴직연금 손실액 170만 달러, 정신적 피해배상금 10만 달러 등 총 168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직 보호조항 등 사각지대도 있다. 하지만 문제를 공론화하고 고발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사회적 논의가 계속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으로 읽힌다. 물론 공동체의 노력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로는 뭐가 있을까? 
적극적인 신고? 회사 내 갑질이 있는지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 혹시 내가 동료를 괴롭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자성? 

이것을 하나로 요약해보자면 ‘인권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결국 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권을 가진 존재’로 존중하는 단계가 필수다. 더욱이 직장 내 괴롭힘은 고객과의 관계나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과도하게 형벌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법령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인권감수성을 키워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권감수성은 공감과 관용, 공존 같은 미덕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인권을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판단이 필수다. 스스로 판사가 되어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의 존엄성이 조직을 위해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왜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내 목소리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인권감수성은 비로소 우리 안에 자리 잡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장 내 괴롭힘이 관행적인 것 혹은 사소한 오해나 다툼이 아니라 명백한 잘못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어야겠죠.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와 조사, 신고자 보호, 상담 절차 등 일련의 프로세스가 자율적이면서도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직장 괴롭힘의 구체적인 형태와 발생 가능성을 외부에서 예측할 수 있는 연구활동을 지원하여 예방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도 있겠고요. 직장 괴롭힘 방지를 위한 표준안, 매뉴얼, 우수사례 등을 발굴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중에서